여러분은 포켓몬빵을 기억하세요? 1999년 처음 출시된 포켓몬빵을 리뉴얼한 ‘돌아온 포켓몬빵’이 출시 2달 반 만에 2,210만 개 이상이 팔렸습니다. 주 타깃이던 8090 세대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어린이, 호기심과 자랑 욕구로 빵을 구해보려는 사람들까지 가세하며 편의점과 마트의 오픈런 행렬을 이끄는 등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이 됐습니다.
80, 90년대생에게 포켓몬은 신드롬이었습니다. 한국에는 1999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소개돼 최고 시청률 41.4%, 평균 시청률 33%를 자랑했습니다. 포켓몬스터 IP(지적재산권)를 내새운 게임, 영화도 성공을 거둔 결과 당시 어린이와 학생들은 가방, 필통 등 포켓몬이 그려진 물건 한두 개씩은 갖고 있었습니다. 특히 151종의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간 샤니의 ‘포켓몬스터빵’은 1999년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2022년 2월 24일, 제과법인인 SPC삼립은 1999년 당시의 포켓몬빵을 23년만에 ‘돌아온 포켓몬빵’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했습니다. 특히 당시 인기 ‘투톱’을 달리던 고오스빵과 로켓단빵은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로 리뉴얼 됐습니다. 이 낯익은 신제품들은 ‘그때 그 맛’을 충실히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2년 ‘어른이’들에게 추억 여행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1. 응답하라 1999, 고객의 소리에서 기회를 얻다
2010년대 말부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레트로’ 현상 또는 레트로적인 요소를 현시대에 맞춰 재해석해 향유하는 ‘뉴트로’ 현상의 열풍으로 곰표, 코닥 등 고전 브랜드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단종된 많은 빵이 ‘고객의 소리(VOC)’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앵콜 요청을 받고 있었고, 포켓몬빵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포켓몬빵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유튜브에는 포켓몬빵을 기억하냐는 영상들이 올라왔고, 당근마켓에는 옛날 띠부씰 스티커가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21년 8월, Z세대의 아이콘 래퍼 이영지 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포켓몬빵 구매처를 알려 달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포켓몬빵이 일부 쇼핑몰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과거 포켓몬빵을 사 먹던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포켓몬빵을 재출시해 달라고 SPC삼립에 먼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23년 전 옛날 맛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빵의 식감, 스티커의 디자인 등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포켓몬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재출시가 결정되었습니다.
2. 실패하지 않기 위한 SPC삼립의 만반의 준비
우선 SPC삼립은 80, 90년대생들의 포켓몬빵 추억 소환을 위한 TF팀을 꾸렸는데요, 그때 그 맛을 정확히 구현하기 위해 포켓몬빵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모아 과거 포켓몬빵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작업에 나섰습니다.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첫째, 과거 포켓몬빵을 생생하게 구현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소리를 취합해 특히 재출시 요구가 많았던 제품을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벗겨 먹는 고오스’, ‘로켓단의 초코롤’ 2종을 우선적으로 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과거의 맛이 떠오를 수 있도록 수십 번씩이나 제품을 개선하고 시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제품 디자인에도 포켓몬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포켓몬 속성, 경기장 등 디테일한 요소들을 차용해 원작과의 통일성을 높였고, 과거 학생들이 책받침에 스티커를 모았다는데 착안해 A4 사이즈 종이에 스티커를 붙여 수집할 수 있는 ‘포켓몬 띠부씰 컬렉션’도 준비했습니다.
가격은 SPC삼립에서 기존에 유통하던 제품들 중 가장 저렴한 1,200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소비자들의 기억 속 포켓몬빵은 저렴한 제품입니다. 과거 포켓몬빵이 흥행한 이유 중 하나도 빵집보다 적어도 100~200원가량 저렴해 부담 없이 빵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과거 추억을 소환한다는 콘셉트에도 높은 가격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둘째, 2022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처음 포켓몬빵이 세상에 나오고 24년이 지난만큼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띠부씰과 같이 ‘소확행’을 위한 소비 대상도 많아졌죠. 1998년 제품을 똑같이 구현한다고 해도 오늘날의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전방위적인 제품 개선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스티커의 경우 수집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친구들끼리 아직 갖지 못했거나 꼭 갖고 싶은 스티커를 서로 교환했는데요, 당근마켓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 거래 플랫폼과 리세일 시장이 과거보다 훨씬 활성화된 지금 지인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과도 활발하게 스티커를 거래하거나 교환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띠부씰이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죠. 만약 24년 전 스티커가 그대로 출시된다면? 마니아들의 새로운 수집 욕구를 자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들이 24년간 힘들게 스티커를 모아온 수집 행위의 의미가 퇴색될 것입니다.
우선 1세대라 불리는 초창기 포켓몬 151마리의 스티커를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스코트인 피카츄의 경우 총 200여개에 달하는 아트워크(케릭터 디자인)가 있습니다. 이처럼 포켓몬 IP의 역사만큼이나 개별 포켓몬의 디자인도 점점 변화했습니다. 아트워크의 채도나 색상까지 꼼꼼히 살피며 과거 포켓몬 디자인과 유사하면서도 띠부씰로 선보인 적 없는 디자인을 엄선했습니다. 피카츄, 이상해씨, 꼬부기, 파이리 등 인지도가 높아 사람들이 더욱 갖고 싶어 할 것이라 예측한 포켓몬 8종의 경우 두 가지 종류로 스티커를 제작해 총 159종으로 구성했습니다.
환상, 전설의 포켓몬 뮤, 뮤츠 스티커는 포켓몬 세계관에 맞춰 수량을 소량으로만 제작해 희소 가치를 높였습니다. 이 두 포켓몬의 스티커를 찾아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선착순으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계획했습니다. 또한 포켓몬빵 최초로 앞/뒷면 전부 이미지가 보이는 양면 스티커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유리컵 등 투명한 데 붙이면 스티커를 붙인 겉면뿐만 아니라 유리컵 안쪽에서도 스티커를 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과거 포켓몬빵의 인기에서 파생된 문제들 역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스티커를 사니 빵을 준다’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스티커 자체가 인기들 끌자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가져가거나 소비자들이 구입 전 빵 속에 어떤 포켓몬이 들어 있는지 보기 위해 빵을 요리조리 주무르는 탓에 빵이 손상돼 소매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등의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우선 빵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음식으로써 본연의 기능인 맛을 높였습니다. 특히 과거 버전의 빵 일부는 퍽퍽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터라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단맛, 고소한 맛, 매운맛 등 다채로운 맛의 제품들을 기획해 선택지를 넓혔습니다. 구입 전 스티커를 확인할 수 없게 스티커 포장을 불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3. 급증하는 수요, 효율적인 공장 관리
80, 90년대생 ‘어른이’들을 공략한 제품이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어린이, 학생들까지 합세하면서 말 그대로 포켓몬빵 구하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주 타깃이 아니었던 어린이들까지 포켓몬빵 신드롬에 가세한 이유는 이들 역시 여전히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즐기며 피카츄를 비롯해 초창기 포켓몬 151종도 낯설게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켓몬빵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포켓몬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세간의 화제인지라 호기심에 대란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BTS의 리더 RM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 8곳을 돌았다며 빵을 더 팔아 달라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 유명 연예인들의 SNS 바이럴까지 가세하며 인기는 더더욱 높아졌습니다.
마트에서는 오픈 시간 1~2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섰다가 오픈 후 매대를 향해 달려가는 오픈런이 펼쳐졌습니다. 통상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경우 오후 9~10시경 물류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소비자들이 몰렸습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물밀듯이 밀리는 주문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우선, 가게마다 주문량을 종류별로 1~2개씩 제한했습니다. 또한 30여 종의 제품을 일시적으로 단종해 포켓몬빵 생산 라인으로 돌렸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신제품 4종도 예상보다 빠른 4월 7일에 출시를 결정했습니다. 신제품 4종은 냉장 디저트로 기획되었고 이는 부족한 공급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공장 자체를 증설할 계획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식품, 유통 업계에는 소위 ‘라인 증설의 저주’가 존재합니다. 과거 팔도의 ‘꼬꼬면’,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경우 모두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초기 수요로 막대한 매출 증대를 기대하며 새로 공장을 지었지만 공급이 늘어나자마자 판매량이 오히려 급감했었는데요, 이를 두고 고객들이 라인 증설을 기다리다 기대감이 식었다, 막상 공급량이 늘어나면 희소성이 사라진다 등 다양한 해석이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선을 지키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SPC삼립. 하지만 일각에선 너도나도 포켓몬이 들어간 제품을 출시하며 포켓몬빵의 신선함이 퇴색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포켓몬빵은 과연 계속해서 사랑받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SPC삼립은 새로운 시도 역시 고객들이 원하는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고객의 소리를 크롤링해 취합하고 분석합니다. 그들의 가장 큰 마케팅 성공 요인은 바로 이러한 작업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포켓몬과 제품, 프로모션을 연구하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는 힘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포켓몬 관련 신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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